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K타운 맛따라기] 한인타운 노포식당의 추억

“미스터 김. 왜 그래? 돈이 없어 그래? 그럼 그냥 가라고…”   1970년대 말 LA 한인타운의 정서와 인심을 대표하던 ‘호반식당’의 광고 문구였다. 이 한마디에는 끈끈한 정과 넉넉한 인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1969년 문을 연 ‘뉴코리아 식당’과 더불어 당시 올림픽길 상권의 유일한 한식당이었던 호반식당은 단순히 음식점의 의미를 넘어 1990년대 말 문을 닫기 전까지 올드 한인타운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돈을 긁어모았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성업을 이뤘다.   현재 그 자리는 ‘서울소울’이라는 무제한 고깃집으로 바뀌어 있다. 건물만은 자제분이 여전히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호반식당의 성공은 올림픽길 한식당 전성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징기스칸 요리로 유명한 ‘서울회관’, 냉면의 ‘세종회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서회관’, 파란 기와 지붕이 인상적인 ‘청기와’, 크랜셔길의 ‘강남회관’ 등 쟁쟁한 이름의 한식당들이 속속 들어섰다.     이들 식당의 공통점은 모두 주인이 건물주였다는 점이다. 바야흐로 올림픽길의 ‘오너-유저’ 시대를 연 주역들이었다. 현재는 1983년 문을 연 강남회관만 유일하게 같은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웨스턴길에도 한식 신화는 탄생했다. 지금의 마당몰 자리에는 한인타운을 대표했던 고급 한식당 ‘우래옥’이 있었다. 한국 우래옥 가문의 막내 딸이 소유주였던 이곳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테이블마다 설치된 구릿빛 후드가 인상적이었다. 가족 간 상표권 문제로 식당은 ‘마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개발 과정에서 건물 소유권을 잃고 식당 상호도 ‘현대옥’, ‘정육점’ 등으로 바뀌면서 안타깝게도 그 명맥을 잃었다.   웨스턴길은 대형 한인 뷔페식당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원조 명동칼국수 박시연 사장님의 이름을 딴 ‘시연부페’가 ‘올유캔잇 코리안푸드’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창업주의 타계 이후 건물은 팔려서 재개발되었고, 식당도 이름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신라부페, 궁전부페, 비원 등 대형 뷔페 업소들이 그 흐름을 이었다.   8가길에도 올드 타이머들의 모임 장소로 빠지지 않았던 전설의 식당이 있다. 1978년 문을 연 ‘동일장’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폐업했지만, 40여년간 한식과 일식을 겸비한 최고의 식당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서 주방장들을 초빙해 여러 명장을 배출한 식당이었다. 서울회관 전 사장님과 강남회관 현 사장님이 그 주인공들이다. 동일장의 대표 메뉴는 로스구이였다.   호반식당의 따뜻한 인심이 기억되는 그 시절로부터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LA 한인타운을 대표하는 한식당을 꼽으라면 단연 ‘조선갈비’가 떠오른다. “먹어보니 정말 맛있지예?”라는 주인장의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처럼, 맛과 서비스에서 정통성을 느낄 수 있다. 전설의 소공동순두부 사장님이었던 이 여장부는 대형 주차장과 야외 패티오를 갖춘 단독 건물을 유명 건축가에게 설계까지 의뢰해 완성해냈다.     비슷한 시기, ‘박대감’ 또한 한인타운의 또 다른 얼굴이 되었다. 버몬트길에 위치한 이곳은 꽃살로 유명하다. 맛도 맛이지만 박찬호 부부를 비롯한 여러 유명인들과의 친분은 활용한 ‘스타 마케팅’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규모는 앞선 두 곳에 비해 작지만, 맛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 숨은 강자도 존재한다. ‘수원갈비’는 소박하고 토속적인 분위기 덕분에 외국인 손님 접대 장소로 자주 애용되는 곳이다.   그밖에 최근 10년 내 오픈한 식당 중 눈에 띄는 곳으로는 소리꾼 장사익씨의 ‘칠보면옥’ 자리에 문을 연 ‘형제갈비’, 윌셔 에퀴터블 빌딩의 ‘무한 바비큐’로 한인타운을 다소 벗어난 미라클마일과 베벌리힐스, 다운타운에 지점을 둔 ‘젠와(기와라는 뜻)’등이 있다.   이번 칼럼은 음식에 비유하면 LA한인타운 한식당 족보 맛배기다. 순두부로 첫 칼럼을 쓴 뒤 주변에서 ‘한식당 비사’들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앞으로 나만의 한식당 구별 기준에 따라 식당들을 소개해볼 생각이다.  예를 들어 불고기와 갈비 등 BBQ를 비롯해 면, 탕, 찌개, 볶음류까지 아우르는 정통 한식당부터, 고기구이 전문점, 무제한 고기집, 그리고 특정 메뉴만을 고집하는 전문점까지, 한인타운의 다채로운 한식의 세계를 맛있게 써보려한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한인타운 노포식당 올림픽길 한식당 고급 한식당 올드 한인타운

2025-04-20

[K타운 맛따라기] LA 순두부 연대기

순두부는 한국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 중 하나다. 순두부는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상태의 하얀 두부를 일컫는데, 그 어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순수한 두부’라는 의미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순두부의 기원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콩을 갈아 만든 콩물로 끓여내는 순두부는 제조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여 서민들 사이에서 널리 애용되었다. 특히 차가운 날씨에 따뜻하고 얼큰한 순두부찌개는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사랑받아 왔다. 순두부는 단백질과 수분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영양 식품으로 여겨진다.   LA의 순두부 열전의 뿌리는 지금은 없어진 ‘베벌리 순두부’와 ‘소공동 순두부’다. 그중에서도 LA 스타일 순두부의 원조는 1986년 현재의 곤지암 소머리국밥 자리에서 시작된 베벌리 순두부라 할 수 있다.     레시피는 의외로 간단하다. 모든 한식의 기본인 육수와 매운 다진 양념, 그리고 순두부를 기본으로 다진 양념의 양에 따라 매운맛을 조절하고 해물, 소고기, 섞어 등 단백질 종류를 선택하는 것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베벌리 순두부 출신 주방장이 독립해 올림픽길에 전설적인 소공동 순두부를 차리면서 본격적인 순두부 식당 경쟁이 벌어진다.   이에 자극받은 베벌리 순두부가 소공동 길 건너편에 2호점을 열면서 올림픽길은 그야말로 치열한 순두부 전쟁의 무대가 됐다.     자연스럽게 LA의 순두부 손님들은 올림픽길로 몰렸고, 베벌리 순두부는 현재의 버몬트길 ‘국대고집’ 자리에 3호점까지 문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소공동 순두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3개 지점의 베벌리 순두부는 단 1개 지점의 소공동 순두부를 넘지 못하고 결국 1호점과 3호점을 정리, 올림픽 2호점에서 고군분투하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34년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 그리고 2023년 마지막으로 베벌리 순두부 요리책을 발간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후발 주자였던 소공동 순두부의 성공 비법은 바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맛있는 밥’이었다. 언제나 윤기가 흐르는 찰진 밥의 비결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무성했다. 여러 대의 전기밥솥을 이용해 매 30분마다 새로 밥을 짓는다거나, 밥을 지을 때 소량의 마요네즈를 넣는다는 등의 소문이었다.     이러한 소문을 더욱 확산시킨 사건이 있었다. 수십만 달러의 피해를 본 미행 강도 사건에 대한 신문 기사가 보도됐다. 결국 베벌리 순두부보다 먼저 거액에 사업을 정리하고 현재 올림픽길 조선갈비 건물주가 되는 신화를 이뤄냈다.   LA 순두부의 또 다른 신화는 북창동 순두부다. 그 시작은 버몬트길 고바우 식당 옆 현재 월남국수 식당 자리에서 미약했다. 하지만 현재는 LA 웨스턴점과 24시간 운영하는 LA 윌셔점, 그리고 어바인점을 포함해 가주에서만 총 9개의 지점으로 확장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 뉴저지 3곳과 텍사스점 등 타주로도 지출해 전국적인 규모의 ‘BCD Tofu House’ 그룹을 이루어냈다.     사우스베이 지역에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춘 웨어하우스에서 각종 반찬류와 하선정 브랜드로 한인 마켓 등에 다양한 김치까지 납품하고 있다. 창업 1세대인 고 이희숙 사장님이 지난 2020년 별세하시고 현재는 2세대인 아들들이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 독보적인 신화에 최근 ‘라성순두부’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림픽길 전 ‘오야붕’ 자리에 신장개업을 해서 성업 중이다. ‘쿼터스’, ‘강호동백정’, ‘무한’, ‘라성돈까스’ 등을 운영하며 한인타운에서 무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패기의 젊은 사장이 주인이다.   다른 순두부 집들과 비교해서 밑반찬 수가 많고 뚝배기 대신에 스테인리스 재질의 솥에 지어나오는 즉석 솥밥과 누룽지서 우러나오는 숭늉 등등 후발 주자로서의 승부수를 띄우는 대범함을 엿볼 수 있다.     기본 솥밥 이외에도 20여 가지 타핑을 올린 다채로운 솥밥 메뉴도 신선하다. 대표적인 타핑으로는 꽃살, 명란과 가격이 좀 비싸지만 랍스터 등이 있다.   LA의 순두부 역사는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한인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순두부가 LA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여정이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K타운 맛따라기 순두부 연대기 베벌리 순두부 소공동 순두부 순두부 식당

2025-04-1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